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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요즘 꽂힌 미드 <실리콘밸리>. 총 시즌 6으로 이제 시즌 4까지 정주행했다. 내용은 실리콘밸리에서 피리부는 사나이(Pied Piper)라는 스타트업에서 벌어지는 리처드 헨드릭스와 동료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리처드는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 소리를 듣는 개발자이다. 그런데 개발'만' 잘해서 사업은 줄줄이 망한다. 수완이 없고 타협할지 모르는 외골수라 큰 돈 벌 기회를 번번히 놓친다.
죽을 힘을 다 해도 안 터지는 리처드의 안티테제격인 인물이 그의 절친 빅헤드이다. 능력도 없고 노력도 안하지만 운이 좋아서 승승장구한다.
빅헤드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는 "애는 착해. 착하긴 한데 쓸모가 없어." 이다. 일은 못하는데 성격은 좋은, 살면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캐릭터이다. 전 세계의 재능과 야망이 몰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의욕도 자만심도 0에 수렴하는 비현실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두뇌가 맑고 깨끗하다 못해 세계관 최강자급 멘탈을 지녔다.
| 빅헤드의 성공기 "성공이 제일 쉬웠어요"
1. IT 대기업 훌리에 입사하다
훌리(Hooli)는 애플과 구글을 연상시키는 드라마 속 최고의 IT 기업이다. 훌리의 CEO인 개빈 벨슨은 피리부는 사나이를 인수하려고 하지만 실패하자 핵심 알고리즘을 빼돌리기 위해 팀원 중 한 명을 거액을 주고 스카웃한다. 근데 하필 고른 게 빅헤드였다.
빅헤드는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잘리고 백수가 되자마자 연봉 6억과 스톡옵션을 받고 훌리에 스카웃된다. 그러나 입사 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업무에서 배제되고 월급루팡 놀이를 하며 지낸다.
2. 실리콘밸리의 셀럽이 되다.
개빈은 빅헤드가 아직 빛을 못 본 천재라 착각하며 대대적으로 기용한다. 그가 훌리에서 승승장구할만큼 대단한 인재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개빈은 빅헤드가 피리부는 사나이의 핵심 인력이었으며 그걸 빌미로 소송을 걸어서 피리부는 사나이의 기술을 훌리의 지분으로 만드려는 계략을 세웠다.
그렇게 빅헤드는 한 달에 3번이나 승진을 하고 훌리 산하 비영리재단의 이사가 되며 유명 IT잡지 커버 모델도 된다.
3. 회사에서 잘리고도 220억 플렉스
피리부는 사나이와의 소송에서 진 훌리는 기밀발설금지 조건으로 빅헤드를 권고사직 시킨다. 그런데 퇴사 위로금이 무려 2천만 달러이다(약 220억).
빅헤드는 이 돈으로 수영장 딸린 저택을 사서 개발자 인큐베이터를 만든다. 이 호화로운 인큐베이터가 개발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이 소식을 들은 얼릭(피리부는 사나이의 인큐베이터 오너)이 찾아가 둘은 바크마네티라는 투자회사를 공동 설립한다. 그러나 얼릭이 재산을 탕진해버리는 바람에 금새 알거지가 된다.
참고로 얼릭은 스티브 잡스, 리처드는 스티브 워즈니악을 모델로 한 것 같다. 얼릭은 성격이 괴팍하고 개발 실력은 없지만 수완이 좋다. VC 앞에서 맥을 못 추는 리처드 대신 피리부는 사나이의 비전을 설명하고 투자를 따내서 CVO(Chief Visionary Officer)가 된다.
4. 명문대 컴공과 교수가 되다
빅헤드는 이제 진짜 망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가보다 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적적하니 공부라도 할겸 스탠포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지원한다. 처음에는 면접관이 그가 대학 중퇴에 컴공과 관련된 이력이 부족하다며 퇴짜를 준다. 그런데 면접이 끝나고 몇 마디를 나누다가 그가 바크마네티 공동창업자이자 IT 잡지에도 실렸단 사실을 알고 태세전환하며 합격시킨다.
등교 첫 날 새내기의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자신이 학생이 아니라 계약직 교수로 뽑혔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게 세계 최고 공대 중 하나인 스탠포드 공대의 교수가 된다.
내 아이디는 password이고 비밀번호는 password야.
- 빅헤드의 명대사-
| 능력이라는 이름의 허구
빅헤드는 유명세의 허실을 풍자한다. 동시에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현실감 떨어지는 교훈도 준다.
빅헤드에게도 재능은 있다. 인생에 갑자기 큰 사건이 들이닥쳐도 도망치지 않고 덤덤하게 적응하는 능력이다. 스스로를 잘난 사람이라고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다. 그 무엇이 되려고 애쓰지 않으며 나는 나로서 주어진 인생을 즐겨낸다.
"운칠기삼" 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는 실력보다 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주인공 리처드는 실력은 있지만 운이 없다. 빅헤드는 실력은 없지만 운이 좋다. 리처드는 굴러들어온 복도 걷어차지만 빅헤드는 들어온 운을 쓸 줄 안다.
리처드의 칠전팔기 스타트업 정신이 드라마의 주제이지만 빅헤드가 만드는 정반대 상황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일이든 일상생활이든 일 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주변을 피곤하게 하는 부류를 싫어하는데, 이 둘을 보고 있으면 진정한 유능함과 무능함이 무엇인지 사람의 능력을 단편만 보고 평가하는 게 옳은 일인지 고민하게 된다.
[사족]
왓챠에선 시즌 4까지 밖에 서비스를 안해서 5,6은 아직 못 봤는데 스포를 보니 빅헤드가 스탠포드 총장까지 된다고 한다. 🤣
근데 진짜 시즌 5, 6 어디서 보나.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해야 하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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