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시리즈

직장푸념(3) - 사람은 직접 경험하고 판단하자

by 공디. 2025. 8. 21.

사진: Unsplash의 Eutah Mizushima

 

소문이라는 필터

과거 한 선배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들로 그를 판단했었다. "평판이 별로다", "엄격하다", "독하다"는 소문들이 귀에 들어왔고 그와는 엮이면 안 되겠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그 선배가 리딩하는 프로젝트에 배정되었다. 처음엔 걱정이 앞섰지만 실제로 일해보니 완전히 달랐다. 산으로 가고 있는 긴박한 일정의 프로젝트에도 상황과 흐름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내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잘했다며 격려해 주었다.

 

이후 회사 워크샵에서 동료끼리 장점을 나누는 세션이 있었는데 그 선배와 짝꿍이 되었다. 내가 선배의 이러한 장점에 대한 찬사와 감사 인사를 드렸더니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이 소문과는 전혀 달랐다. 그때 깨달았다. 지금까지 만났던 건 실제 그 선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소문 속 선배'였다는 것을.

 

타인의 평가가 위험한 이유

직장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주관적이다. 조직 내에서는 파벌이나 이해관계가 개입되기 쉽다. 누군가와 갈등이 있었던 사람의 평가는 자연스럽게 부정적이고, 친한 사이의 평가는 후할 수밖에 없다. 타인의 평가에 의존해서 사람을 판단하면 엄청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좋은 멘토를 놓치고 협업 기회를 차단하며 때로는 진짜 문제가 있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직접 경험의 힘

이후 다른 팀으로 이동했을 때도 소문보다는 내가 경험한 것을 믿기로 했다. "벽이 있다"던 동료가 실제로는 업무에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신중한 사람이었다. "협업이 어렵다"던 또 다른 동료는 자신만의 명확한 업무 방식이 있었을 뿐, 그 방식을 이해하고 맞춰주니 좋은 조력자가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묘한 화학작용이 있다. A와 B가 잘 맞지 않는다고 해서 B와 C도 잘 맞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성격, 업무 스타일, 가치관의 조합에 따라 관계의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직접 판단하는 용기

남들의 평가에 의존하는 것은 편하다. 이미 검증된(?) 정보를 받아들이면 되니까. 하지만 그 편함의 대가는 크다. 직접 경험하고 판단한다는 것은 때로 실망할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실망마저도 온전히 내 것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편견이 아닌 내 경험에서 나온 진짜 판단이다.

 

완전히 백지상태로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소문이나 평가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는 말자. 그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직접 만나보자. "이 사람은 정말 어떤 사람일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