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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디자인 일반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실질적 역량

by 공디. 2021. 7. 27.

 

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인간이 가져야 할 보편적인 점 이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보편적인 점이라 하면 사회성, 유연성 같은 것이다. 나 역시도 저 부분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최소 마지노선까지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은 가장 수용적인 일을 하면서도 어떨 때는 가장 폐쇄적이다.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외의 것은 간과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

 

나는 학생 시절 알바부터 직장 생활까지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회사를 겪었고 많은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대단한 회사에서 일했다고 대단한 사람인 것도 아니었고 커리어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재야의 고수들도 있었다. 이렇듯 내 커리어의 대부분의 시간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한 시간이었다.

 

 

 

| 실패에서 배우다

 

나는 신입 시절 회사 생활에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일도 미숙했고 관계도 미숙했다. 회사는 신생 에이전시였지만 팀장들의 실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었고 대기업 프로젝트도 잘 따와서 배울 게 많아 보였다. 그러나 경영과 실무는 다른 것이었고 그들도 경영에 있어서는 초보였다. 프로젝트를 쳐내기에 급급해서 회사는 체계가 엉망이었고 직원들의 입퇴사가 반복되었다. 월화수목금금금 철야가 반복되었다.

 

직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비정해지기로 마음 먹은 듯 뉴비에게 손을 내밀어줄 여유가 없어보였다. 매일 보는 팀장과 직원들, 랜선 너머의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 직원이라는 고객사 담당자까지 하나같이 소시오패스처럼 느껴졌다. 이런 아비규환을 초년생이던 나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당시의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아 수 년 넘게 나를 괴롭혔다. 회사탓, 환경 탓, 사람 탓을 하기도 했다. 그 후 인간미가 있는 회사 몇 곳을 다니며 인간적인 사람들을 만났고 트라우마는 치유가 되었다. 이들에게 배운 점은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나 스스로에게 있다는 점이었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극복하고 자기비하에 빠지지 않고 밝은 태도로 살아가는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단지 일"만" 잘하는 디자이너를 선호하지 않게 되었고 진짜 필요한 역량을 아래와 같이 내 나름대로 정의내렸다.

 

 

|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역량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역량]

1. 책임감

2. 예의 있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3. 고집 부릴 때와 양보할 때를 알기
4. 디자인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기
5. 일과 감정, 공사 분리하기

 

본질은 유연성이다. 세상은 1 또는 0 의 이분법이 아니다. 모든 것을 적군 아니면 아군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자신의 성장을 한정 짓는다.

 

상사나 기획자가 일을 이상하게 줘서 짜증이 나도 커피 한 잔하며 농담을 할 수 있는 여유. 꼬인 일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풀어낸 뒤에 협업자들과 신뢰를 쌓고 이 다음 업무에 윤활유로 바꾸는 태도가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이해의 스펙트럼이 넓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다양한 요구사항을 듣는 사람이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줄도 알아야 하지만 때로는 한 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현실에선 흑과 백보다는 그 사이의 회색지대가 훨씬 넓게 펼쳐져 있다. 회색지대에서는 맞다 틀리다 이분법적인 논리가 아니라 세밀하게 결정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상황이 불만족스러울 때 누가 내 맘을 알아주길,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다려봐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현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생각해서 키를 쥔 사람에게 문을 두드리고 액션을 취해야 한다.

 

 

[디자이너를 하면 고통받을 사람]

1. 환경 탓, 남 탓만하며 대안 제시를 못함

2. 냉소적이고 이행할 의욕이 없음

3.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인정하지 못함

4.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데 머물면서 1~3을 반복함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이 일이 맞지 않다.

 

경력이 쌓일수록 능력보다 태도가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포트폴리오 하나 채우는 것보다 성실함, 유연함, 메타인지는 어떤 직업을 갖든 갖춰야 할 기본기이다. 한 번 잘 쌓아놓은 태도는 평생 자산으로 남는다.